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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트림할 때 귀에서 희한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가끔씩 트림할 때면 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뭐랄까, 귀가 막혀 있다가 뽕! 하고 뚫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귓속 물렁뼈가 달칵! 하고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와, 이건 또 뭐지?

한두 달 전에 이명 때문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했을 때 고막 검사랑 청력 검사랑 다 해 봤지만, 청력이 조금 떨어진 것 빼고는 그리 큰 문제는 없다고 했었는데? 이 소리는 이명도 아니고 대체 정체가 뭐람?

이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에 마감을 맞추느라 과로와 피로가 쌓인 상태였기에, 아, 이게 이명처럼 몸이 피곤해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 싶어 좀 쉬어 보려고 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대체 쉴 수가 있나. 본업도 본업이거니와, 프로 N잡러가 되어 보겠다며 이런저런 다른 일도 하고 있다 보니, 피로가 더 쌓이면 쌓이지, 도무지 쉴 틈이 안 났다는 게 문제.

결국 이비인후과를 가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2주가 훨씬 더 지나고 말았는데, 아, 이제는 뭐, 트림할 때뿐만 아니라 하품하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돌릴 때조차도 그 요상한 뽕! 소리가 나다 보니, 도저히 병원에 안 가고는 못 버티겠어서, 드디어 오늘 이비인후과로 출격했다.

이명 때문에 늘 가던 이비인후과가 있었지만, 그 의사 쌤은, 뭐랄까, 작은 병도 큰 병 만드는 스타일? 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한 번 가면 이런저런 검사에, 일주일에서 한 달치 정도 되는 약 처방까지 받아 와야 하기 때문에, 병원을 좀 바꿔 보고 싶었다.

그래서 <모두닥>에서 자그마치 평점 4.9를 자랑하는 <푸른성모 이비인후과 강북점>에 가 보기로 했다.

 

 

푸른성모이비인후과

성남,행당,강북,마포,알레르기비염,소아중이염,코막힘,축농증

prunent.kr

얼마 전에 새 건물로 이사를 했다더니, 건물 외관부터 내부까지 아주 깔끔하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달랑 2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냥 걸어 올라갔다.

친절한 간호사 쌤의 안내로 체온을 재고 태블릿 PC에 환자 정보를 입력했다. 오, 병원에 와서 태블릿 PC에 환자 정보 입력한 거 처음이야! 요즘 같이 역병이 도는 시국에 남이 쓰던 펜으로 글씨 쓰지 않아도 되니까 너무너무 좋다!

대기 손님이 없어서 바로 의사 쌤께 진료를 받게 되었는데, 와, 의사 쌤 대박 친절하심!

사근사근 + 조분조분 + 인내심 갑, 이렇게 쓰리 콤보의 친절한 의사 쌤이 진료를 봐 주셨는데, 양쪽 귓속을 사진 찍어서 보여 주신 의사 쌤 曰, "왼쪽 귀 고막 가까이에 귀지가 붙어 있네요. 이것 때문에 소리가 났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하셨다.

헐... 아니, 고막에 귀지가 붙어 있다고 해서, 이런 요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단 말씀이신가요? 너무 기가 막혀서 믿기 어려운 와중에 의사 쌤이 귀지를 제거해 주신 다음, 다시 귀 안쪽 사진을 찍어서 깨끗한 고막을 보여 주셨다.

"지금도 얼굴 찡그릴 때 소리가 나나요?" 하시길래 얼굴을 찡그려 봤는데, 오, 소리가 안 났다!

병원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부랴부랴 검색해 봤을 때는 딱! 이관염 증상이었건만, 달랑 고막 가까이로 굴러 들어간 귀지 때문에 생긴 일이라니!

이관염 : 흔히 유스타키오관이라 불리우는 이관(중이의 압력조절과 환기를 담당)에 염증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원인 : 감기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의해 유발되기도 하며, 등산이나 비행기 여행 같은 압력의 변화 상황도 유발 요인이 되며, 기타 여러 가지 유발 요인이 있다.
증상 : 귀가 멍멍하고, 본인의 소리가 귓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들리며, 신체 내에서 정상적으로 나는 소리(맥박소리, 음식 먹을 때 나는 소리 등)가 더욱 크게 들리는 등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청력감소는 심하지 않다.
합병증 : 진행 시 중이염이 발생하게 된다.
진단 : 환자의 증상과 진찰소견 및 임피던스 청력검사로 쉽게 진단되며, 성인의 경우 비내시경검사가 요구될 수 있다.
치료 : 기본적으로 약물 요법을 실시하며 호전되지 않는다면 고막을 통하여 환기관 삽입술을 실시한다.

 

너무 믿어지지가 않아서 의사 쌤한테 "혹시 고막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염증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요?" 하고 여쭤 봤더니, (일단 내가 의사 쌤이었으면 이쯤에서 환자가 의사 말을 믿지 않고 되묻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혈압 한 번 올랐을 법한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매우 친절하게 "정밀 검사를 하기 전에는 고막 안쪽의 상황까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고막 바깥쪽에는 염증이 전혀 없고, 고막 색으로 봤을 때 고막 안쪽에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셨다.

"아마도 아까 그 귀지 때문에 소리가 들렸을 테니 이제 안 들릴 겁니다. 혹시라도 이후에도 소리가 들리면 경과를 보고 다시 오세요."라고 말씀하시길래, 이때 다시 한 번 질문 시도!

"경과를 본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말씀하시는지?" 하고 여쭤 봤더니, (이쯤에서 다시 한 번 귀찮을 법했으나 또 전혀 그런 기색 없이) "1~2주 정도 살펴보시면 됩니다."라고 답해 주셨다.

와, 이렇게 친절하고 설명 잘해 주시는 의사 쌤, 너무 간만에 뵙는데?

증상도 해결되고 친절한 의사 쌤을 발견하게 된 기쁨에 그랜절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말로 소리가 안 나는지 이런저런 실험을 해 봤는데....

정말로 안 난다!

트림할 때든, 하품할 때든, 얼굴 찡그릴 때든, 고개 돌릴 때든, 그 어느 때에도 요 2주 넘게 나의 정신 상태를 괴롭힌 그 요상한 뽕! 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와, 이명도 그렇지만, 귀에서 수시로 무슨 소리가 난다는 건, 정말로 멘탈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아니, 유튜브에서 이비인후과 쌤들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귀지가 고막 근처로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던데, 내 귀지는 왜 고막 앞까지 기어들어간 건지? 정말 별 꼴을 다 보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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