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갱신형 보험의 함정 :: 갱신형 특약

 

지금까지 내가 든 보험은 모두 세 개.

 

종신보험 하나. 의료실비보험 하나. 암보험 하나.

 

친구가 보험 설계사를 하게 된 바람에 그 친구의 실적을 올려 주느라 서른도 되기 전에 들게 되었던 종신보험을 제외하고, 여태껏 내가 가입했던 다른 보험들은 모두 전화 판촉을 통해 들게 된 보험들이었다.

 

직접 보험에 대해 잘 알아보고 가입했다기보다는 수시로 걸려 오는 보험 상품 판촉 전화를 받다가 보험 설계사 말에 넘어가서 가입하게 된 것이 의료실비보험과 암보험.

 

그 중에서도 암보험은 종신보험에 암 진단비가 소액이지만 포함되어 있고 해서 따로 가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혹시 몰라 무배당이라 보험료가 적고 평생 오르지도 않는다는 비갱신형으로 암보험 하나 들어 두자 싶어 비갱신형 암보험에 가입했다.

 

암보험을 가입하고 나서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보험료가 나가게 해 놓고 나니 뭐 신경 쓸 일이 있을까. 보험료는 알아서 나가겠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었는데, 이런! TV에서 보험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비갱신형 보험도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그랬고, 다른 사람들도 대개 그러하겠지만, 자고로 비갱신형 보험이라고 하면 보험료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TV 방송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니, 비갱신형인 주보험에 한해서는 보험료가 변하지 않는 게 맞지만, 비갱신형 주보험에 갱신형 특약이 붙어 있을 경우에는 보험료에 변동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설명하려면 일단 주보험과 특약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암 진단 시 4천만원의 진단금을 지급해 주고 3대 질병 진단 시 3천만원의 진단금을 지급해 준다는 비갱신형 암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자.

 

암 진단 시 4천만원의 진단금을 준다는 게 이 보험의 주보험 계약이고, 고액암 진단 시 4천만원의 추가 진단금을 지급해 준다는 게 이 보험의 특약이 된다.

 

<비갱신형 암보험의 계약 내용>
주보험 : 암 진단 시 4천만원의 진단금 지급
특약 : 3대 질병 진단 시 3천만원의 진단금 지급

 

이때 이 보험의 이름이 비갱신형 암보험이므로, 사람들은 보통 이 보험의 보험료가 비갱신형인 줄 알고 보험료가 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 바로 함정!

 

비갱신형 암보험에 있어서, 주보험은 비갱신형이지만 특약은 갱신형이기 때문에, 주보험료는 보험료가 오르지 않지만 특약 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비갱신형 암보험의 함정>
주보험 : 비갱신형 = 고정 보험료
특약 : 갱신형 = 정해진 갱신 주기마다 보험료 상승

 

다시 말해서, 암 진단비로 받을 수 있는 4천만원을 준비하기 위해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는 갱신이 되지 않는, 즉 오르지 않는 고정 보험료이지만, 3대 질병 진단비로 받을 수 있는 3천만원을 준비하기 위해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는 갱신이 되는, 즉 오르는 변동 보험료라는 뜻이다.

 

세상에나. 주보험과 특약이라는 말에 이런 함정이 숨어 있었다니. 이걸 몰랐네?

 

하긴 알 수 있을 리가.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데.

보험 계약 성사 후 녹취를 위해 진행되는 보험 설계사 양반들의 속사포 설명 속에 이 갱신형 특약 보험료에 대한 설명이 있었을 테지만, 갱신형 특약 보험료에 대해 뭐라도 알고 있어야 그 빠른 설명 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짚어낼 수 있지, 갱신형 특약 보험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면 래퍼들 랩을 듣고 있는 것마냥 휘리릭 스쳐 지나가고 말았을 게 분명하다.

 

아니, 비갱신형이면 당연히 보험료가 오르지 않아야 하고, 만약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비갱신형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거지, 어떻게 보험료가 오를 게 뻔한 보험을 비갱신형 보험이라고 말하면서 판매할 수 있는지.

 

한마디로, 비갱신형 보험이라 하더라도 특약이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만약 특약이 붙어 있을 경우에는 해당 특약의 보험료가 얼마인지, 또 특약 보험료의 갱신 기간이 얼마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만 나중에 가입할 때와 달리 오른 보험료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