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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버전 : 엘러리 퀸(Ellery Queen)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엘러리 퀸은 S.S.반 다인(S.S. Van Dine)의 "추리소설은 독자와 작가의 두뇌싸움"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여, 반 다인이 성립한 미국 추리소설의 양식을 극한까지 완성시켰으며, 고전 추리소설 황금기의 최전성기를 구가한 작가이다.

 

사촌지간인 작가 프레드릭 더네이(Frederic Dannay, 1905~1982)와 작가 맨프레드 리(Manfred Bennington Lee, 1905~1971)가 공동으로 엘러리 퀸이라는 필명을 통해 엘러리 퀸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동시에 바너비 로스(Barnaby Ross)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쓴 비극 시리즈 4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이 비극 시리즈 4부작은 <X의 비극>, <Y의 비극>, <Z의 비극>,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쩌다 보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X의 비극>이 아니라 두 번째 작품인 <Y의 비극>부터 읽게 되었지만, <Y의 비극>을 이 비극 시리즈 중 첫 소설로 읽는다고 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대개의 명탐정 추리소설 시리즈가 그러하듯이, 이 비극 시리즈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로 드루리 레인(Drury Lane)이 나온다는 것만 공통점일 뿐, 각 권이 동떨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단,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은 제목 그대로 드루리 레인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시리즈를 다 읽고 나서 마지막에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1932년작인 <Y의 비극>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요크 해터라는 화학자가 익사체로 발견된다. 그 후 해터 가에서 독살 미수 사건과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사건을 맡은 섬 경감은 사건 수사에 진전이 없자 은퇴한 노배우인 드루리 레인에게 사건 수사 협조를 요청한다. 드루리 레인은 결국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게 되지만, 섬 경감에게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물러나고, 두 번의 독살 미수 사건과 두 번의 살인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그대로 종결된다. 이후 드루리 레인은 자신을 찾아온 섬 경감과 브루노 지방 검사에게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

 

비록 셜록 홈즈처럼 거의 전지(全知)하다고 할 정도의 초월적인 탐정은 아니지만, <Y의 비극>의 주인공인 드루리 레인 역시 일반인 수사관들을 뛰어넘는 매우 능력 있는 탐정이다.

드루리 레인은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은퇴한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로서 그 연기 실력과 명성은 전설적인 수준이며, 분장사(어째서 배우를 그만둔 후에도 분장사가 필요한 걸까?), 집사, 운전사 등과 함께 중세 시대의 성을 연상케 하는 햄릿 저택에 살고 있다. 

그는 60을 넘긴 나이임에도 관리를 철저히 한 덕분에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고 있고 40대처럼 보이는 동안을 소유하고 있으며, 청각 장애로 인해 연극 무대에서 은퇴할 수밖에 없었지만, 독순술을 익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거의 없는, 오히려 자신의 청각 장애를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되는 장점으로 취급할 정도의 인물이다.

그는 수십년간의 연극 무대를 통해 알게 된 인간 본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한다고 하는데, 그러한 그의 장점이 <Y의 비극>에서는 십분 발휘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 가장 맘에 든 부분은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나열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원작자인 엘러리 퀸의 글 쓰는 스타일이자 능력 덕택이기도 하겠지만, 서계인이라는 번역가의 번역도 한 몫을 했다고 보여진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짜여진 플롯, 곳곳에 흩어져 있는 힌트들, 잘 정돈된 문장, 입체적인 등장인물 설정, 섬세한 심리 묘사, 그리고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섬뜩한 반전(범인을 찾아 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는데, 설마 하니 드루리 레인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까지!

 

<Y의 비극>, 이것은 그야말로 고전 추리소설의 교본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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