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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버전 : 마츠오카 케이스케(Keisuke Matsuoka) 지음, 김완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책 표지에 어여쁜 캐릭터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서, 그, 뭐더라, 라노벨? 인가 하는 일본식 장르 소설인 줄 알고 패스! 를 외치려다, 제목에 들어 있는 '사건수첩'이라는 말에 혹시나? 하고 슬쩍 들춰 봤다.

오, 그런데 이거 쫌 괜찮은데?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탐정(여기에서는 만능감정사 역할이긴 하지만), 즉 주변인들 모두를 병풍 만들어 놓고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한 탐정이 나오는 추리 소설이 아닌가!

그런데 심지어 어여쁨!

게다가 성격도 좋음!

배려심 넘침!

이타심 가득!

감수성 풍부!

오, 주인공 정말 맘에 든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린다 리코는 모든 것을 감정할 수 있는 만능감정사이다.

 

보석 진품 여부부터 노끈의 제조사까지, 한 번 보면 모든 것을 감정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만능감정사.

이렇게 보면 별 매력 없는, 그냥 머리 좋은 탐정 같지만, 이 린다 리코에게는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숨겨진 과거가 존재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학창시절 올 1점(우리나라도 치면 올 '가' 정도 되려나?)을 도배하다시피한 성적표를 받은 적이 있었던, 앞날이 깜깜하다 못해 컴컴하기 짝이 없었던 취준생이었던 것이다.

물장사가 말 그대로 생수 파는 직업인 줄 알았던 순진하다 못해 얼빵한, 그런데 얼굴은 참 어여쁜 이 취준생이, 나고 자란 섬을 위해 도쿄로 취업하러 나서기까지, 담임 선생님의 걱정이 얼마나 컸는지, 소설의 맥락과 상관없이, 현실에도 과연 이러한 참 스승이 계실까 싶기도 하고?

 

고향에서 도쿄로 올라온 린다 리코는 남들을 도우며 사는 고물상 세토우치에게 감정법을 배우며 만능감정사로 거듭난다. 그러던 중 위조지폐로 인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일본 전역을 덮치고, 고향에 내려왔다가 위조지폐범의 꼬리를 잡게 된다. 과연 리코는 위조지폐 사건의 비밀을 밝혀 낼 수 있을까.

 

어쨌든 이렇게 일자무식,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수준인 리코가 어떻게 만능감정사가 될 수 있는 지식 수준에 도달했는지가 1권에 서술되고 있는데, 와! 그 과정을 읽다가 나도 이렇게 공부를 하면 리코처럼 똑똑해지는 것인가 도전해 보고 싶은 맘이 들기도 할 정도로, 리코 특유의 감수성을 이용한 공부법이 무척 인상적이다.

정통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다소 가볍고, 그렇다고 코지 추리소설로 보기에도 어째 라노벨 같은 느낌이 들어서, 책을 집어들어 읽기까지에 약간의 진입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한 번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휘리릭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게다가, 작가 마츠오카 케이스케의 문체 자체가 간결하고 직관적이어서 소설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가지 흠? 이라면, 매 권마다 리코의 미모에 대한 찬양이 반복해서 나온다는 점이지만, 뭐,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셜록 홈즈의 천재성에 대해 매번 찬양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할 수준도 아니다.

이 <만능감정사Q의 사건수첩> 1, 2권을 읽고 나니, 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순식간에 읽어 치울 정도로 소설이 재미있구나, 하는 책에 대한 감상과 더불어, 여유 자금이 있다면 얼른 달러화로 바꿔서 외환 통장에 넣어 둬야지 하는 뜬금없는? 걱정이 든다.

아마도, 현재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에 더해, 내가 살고 있는이 나라의 경제 상황을 보건대, 이 소설 속 엄청난 디플레이션이 남의 나라 소설 속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아서인 것 같다. 머리 아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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