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사용한 낡은 장롱을 버리려고 맘을 먹긴 했다만, 대체 이 크고 무거운 장롱을 집 밖으로 어떻게 배출한담?
구청 대형 폐기물 처리 서비스는 수거 장소에 내놓은 대형 폐기물을 수거만 해 갈 뿐, 집 안에서 집 밖으로 대형 폐기물을 배출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애물단지 장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용역을 써야 한다는 건데....
개인적으로 용역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니, 대신 용역을 찾아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바로 폐기물 처리 서비스 앱인 <빼기>와 용역 연결 서비스 앱인 <숨고>였다.
아무래도 장롱을 폐기하려는 목적이다 보니, <숨고>보다 <빼기>를 먼저 고려하게 되었는데, <빼기>는 전문적으로 대형 폐기물만 처리해 주는 폐기물 처리 서비스 앱으로, [직접버림], [내려드림 Lite], [내려드림 Pro], [중고매입] 등의 메뉴가 존재한다.
집 안에서 집 밖으로 장롱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내려드림 Lite]와 [내려드림 Pro]를 이용하면 되는데, 집정리를 위해 최대한 빨리 장롱을 치워야 했기 때문에 동네 대형 폐기물 지정일이 아니라 원하는 날짜에 폐기물 처리를 해 준다는 [내려드림 Pro]를 선택해서 견적을 요청했다.
폐기할 장롱 사진을 찍고, 치수를 적고, 날짜를 정해서 견적을 요청했는데, 달랑 장롱 하나 폐기하는 작업이라 돈이 안 돼서 그런가, 견적서도 달랑 하나만 도착했다. 그런데, 오올,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유류비, 인건비, 수거비, 수거필증(스티커)이 포함된 견적이다 보니, 장롱 하나 폐기하는 데 대략 15만 원 정도가 든다는데?
와, 강북구청 대형 폐기물 처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달랑 11,000원짜리 스티커만 붙이면 되는데, 이걸 내 힘으로 문 밖에 내놓지를 못해서 15만 원이나 내야 한다니... 헐....
아무리 용역을 써야 하는 일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비용이 많이 들 일은 아니다 싶어서, 일단, <빼기>의 견적 요청은 취소를 하고 나서, 이번에는 <숨고>에다 견적을 요청했다.
<숨고>는 광범위한 종류의 업무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소비자와 연결해 주는 앱으로, [레슨], [홈/리빙], [이벤트]. [비즈니스], [디자인/개발], [건강/미용], [알바], [기타] 등의 메뉴가 존재한다. 혹시나 해서 [홈/리빙] 쪽 메뉴에서 "폐기물 처리" 서비스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해당 서비스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검색란에 "폐기물 처리"를 쳤더니, 바로 "폐기물 처리" 견적을 요청할 수 있는 요청서 페이지가 뜨길래, 집 위치 및 종류, 장롱 크기, 폐기 신청일 등을 쳐서 견적서를 요청했다.
견적 요청서를 제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총 7만 원부터 20만 원까지 8개 정도의 견적서가 도착했다. 그런데 이렇게 견적서가 도착했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로 전문가분과 통화해서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보면 (특히 집 층수에 따라 사다리차 사용 여부가 달려 있어서) 견적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견적서를 보낸 전문가분들과 몇 차례의 통화 끝에,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2층에서 계단을 통해 장롱 하나를 배출 및 수거 처리해 주는 비용으로 8만 원의 견적서를 제시한 전문가분과 계약을 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방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저 무지막지한 크기의 장롱을 빼내야 다른 짐들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분께 좀 촉박한 일정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면서 일정도 최대한 빠르게 조율해 주셨다.
견적서를 받고 나서 이틀 후, 전문가 두 분이 오셔서 장롱을 빼내는 작업에 돌입하셨는데, 와, 이게 집에 들어올 때는 대체 어떻게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장롱 높이며 너비가 방문틀에 딱 맞는 게 아닌가!
장정 두 분이 오셨는데도 방문틀에 딱 맞는 장롱 크기 때문에 장롱을 눕혔다 세웠다 다시 눕혔다 하느라 방에서 꺼내는 데 한참이 걸렸다. 설상가상, 이 애물단지 장롱이 하필이면 현관문 문틀에도 딱 맞는 크기였는데 (아니, 근데, 진짜, 이사 올 때는 이걸 어떻게 집 안에 들였지?) 문틀 상단에 붙어 있는 자석에 딱 걸려서 장롱이 안 빠지는 바람에, 그 자석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수고까지 하시느라 전문가분들의 고생이 심했다는.... <숨고> 고수님들, 고생하셨습니다!!!
빌라 2층이긴 한데 계단이 많지는 않아서 추가 요금 없이 8만 원에 장롱을 폐기할 수 있었는데, 배출한 장롱을 그 자리에서 부분 해체 후 트럭에 싣고 가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야, 정말 속이 시원~ 하다! 저거 하나 치우느라 돈이 얼마가 들고 노력이 얼마가 들었던가!
그나저나 이제는 저 장롱 안에 들어 있던 짐들을 어디다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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