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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 왕래가 꺼려지던 때 냉장고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냉동실 바닥에 성에가 가득 껴서 서랍이 잘 안 닫히는 것이었다. 그뿐이었으면 어떻게든 성에만 떼내고 그냥 버텼을 텐데, 냉동실 바닥에 가득 얼어붙은 성에가 어째선지 냉장고 밖으로 녹아 내리면서 마룻바닥에 물이 고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구글링을 해 보니, 냉동실 바닥에 성에가 꼈다는 건, 이미 냉동실 내부 뒤쪽에 위치해 있는 냉각기 판에도 성에가 가득 껴 있다는 이야기란다. 즉 냉동실 바닥에 있는 성에만 떼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

큰일 났구나 싶어, 대체 왜 성에가 낀 건지 그 이유부터 찾아봤더니, 냉장고에 성에가 생기는 원인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1. 뜨거운 음식을 바로 넣은 경우

2. 수분이 많은 식품을 밀폐용기에 넣지 않고 냉장고에 그대로 보관한 경우

3. 문(도어)이 잘 안 닫혀 있는 경우

4. 냉장고의 전원을 다시 켠 경우

5. 제상수가 앞쪽으로 흘러나온 경우

이 중에서 우리 집 냉동실과 관련된 원인으로는 3번이 해당되는 것 같았다. 냉동실 문을 오래 열어 놓으면 실내의 따뜻한 공기가 냉동실 안으로 들어가서 찬 공기와 부딪히면서 습기가 생기는데 그것이 냉동실 안에서 얼어붙으면서 성에가 생긴다는 것.

우리 집 냉장고는 문이 잘 안 닫히는 건 아닌데,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을 하게 되면서 간편 조리식인 냉동식품들의 구입이 늘어나게 되었고 그 냉동식품들을 냉동실에 정리해 넣느라 냉동실 문을 오랫동안 열어 두곤 했었는데, 그 탓에 성에가 끼게 된 것 같았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하고 그 방법을 찾아봤더니, 비슷한 처지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 거의 모든 사람들이 AS 센터에 전화해서 수리기사님을 불렀단다.

으음, 코로나19 때문에 외부인이 집에 오는 건 별로인데.... 꼭 수리기사님이 오셔야 해결할 수 있는 건가? 그분이 오셔서 뭘 하시는데? 하고 좀 더 알아봤더니, 수리기사님이 오셔서 하시는 일이라고는 냉장고 전원을 끄고 냉동실 안쪽에서 냉각기를 덮은 판을 뜯어낸 다음 드라이 같은 걸로 성에를 녹여 떼내는 것뿐이라네? 어, 정말? 음, 그럼, 그거 나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좋아! 그렇게 어렵지 않은 해결 방법이라면 내가 직접 해 보겠다! 라는 마음을 먹긴 했는데, 무엇보다도, 셀프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냉장고에 들어 있는 모든 식품들을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또 다른 냉장고나 하다못해 김치 냉장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다행히 우리 집에는 20년 가까이 김치 보관에 헌신을 하다 수명을 다한 2001년산 <SK> 김치 냉장고를 대신하여 2019년 말에 들여온 <딤채> 김치 냉장고가 있다는 말씀!

<딤채> 김치 냉장고의 기능 중 [생동 보관]이라는 게 있는데, 냉장고의 일반 냉동 기능이 영하 16~25로 음식물을 꽁꽁 얼리는 기능인데 반해, <딤채> 김치 냉장고의 [생동 보관] 기능은 영하 7~10로 육류나 생선의 표면을 얼리는 기능이다. 다만, <딤채> 김치 냉장고의 [생동 보관] 기능으로는 아이스크림은 냉동할 수 없다.

이러한 [생동 보관] 기능을 이용하니 냉장고의 냉동실에 있던 웬만한 식품들은 문제없이 냉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김치 냉장고에 보관할 수 없으니까 바로 먹어 치우고, 또 이 정도 냉동으로는 조금 불안한데? 싶은 냉동식품들 역시 냉장고를 쓰지 않는 이틀 동안 잽싸게 조리해서 먹어 치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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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잡아 냉장고에 있던 식품들을 <딤채> 김치 냉장고에 옮겨 담고는, 냉장고 전원을 끄고 냉장고 문을 열어 두었다.

 

냉장고 전원을 끄고 냉장고 문을 열어 두었다.

 

냉장고를 다 비우고 냉동실 안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냉각기 판과 연결된 바람 구멍(?)에서 물이 흘러내려 얼어붙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성에가 결국 냉동실 입구에까지 이어져 냉장고 밖으로 녹아 흘러 내렸던 것이다.

냉각기 판에서 성에가 녹아 내려 바닥으로 흐르고 있다.
성에가 냉각기 판에서부터 냉동실 바닥으로 이어지고 있다.

 

냉장고 전원을 끄고 냉장고 문을 열어 두기만 하는 것으로 정말 성에를 제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좀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리기사님도 아닌 주제에 섣불리 냉각기 판을 뜯고 드라이질 하다가 혹시라도 더 큰 사달을 내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래, 뭐, 어차피 성에라고 해도 물이 얼어붙은 것뿐인데, 더우면 지가 알아서 녹았다가 말라 없어지겠지....

 

 

다만, 구글링을 통해 알아봤을 때, 냉각기 판에 들러붙은 성에는 꽤 두께가 있었을 뿐더러 냉각기 판을 꽁꽁 둘러 싸매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 두꺼운 성에가 다 녹아 말라 없어지는 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알 수가 없어서, 넉넉잡고 이틀 동안 전원을 끈 냉동실 문을 열어 두기로 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냉각기 판에서부터 성에가 녹아 내리더니 냉동실 바닥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냉각기 판에서 성에가 녹아 내려 냉동실 바닥에 고였다.

 

바로 이 물이 마룻바닥에 흘러 내린 것이므로 냉동실 아래쪽에 수건을 대고 물이 흐르는 족족 받아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는 냉동실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았다.

만 이틀을 꼬박 넘기고 나서, 그러니까 냉장고 전원을 끄고 48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냉장고 전원을 켰고, 냉동실 온도가 충분히 내려갔다 싶을 때 김치 냉장고에 있던 식품들을 냉장고로 옮겨 담았다.

그 뒤로 똑같은 문제가 생길까 봐, 냉동식품을 넣을 때만 잠깐씩 문을 여닫는 식으로 조심했더니 또 다시 성에가 끼는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AS 센터에 전화해서 수리기사님이 오시면 성에를 녹이는 작업에만 6~7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만약 메인보드에 문제가 생겨서 성에가 생긴 경우에는 메인보드 교체 비용으로 12~13만 원이 든다는데, 우리 집 냉장고의 경우에는 이틀간의 불편함을 참고 버텼더니, 다행히 메인보드의 문제가 아니라서 비용 발생이 전혀 없이 성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더불어, 냉장고를 옮기면서 십 년 가까이 청소하지 못했던 냉장고 뒷편의 먼지들도 청소할 수 있어서 속이 다 시원하다.

이번 성에 문제를 겪으면서 구글링을 해 보니, 삼성전자 가전, 특히 냉장고 성능이 복불복이라고 해야 하나? 뽑기 운이 좋아야 멀쩡한 제품이 걸리지, 잘못 걸리면 2~3년에 한 번씩 AS를 불러야 한다던데, 자그마치 2010년에 구입한 우리 집 냉장고는 이번 경우 빼고는 딱히 문제가 일어난 적이 없었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할까. 앞으로 사고 안 치고 무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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