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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 나이스> 정수기를 쓰기 시작한 게 벌써 20년쯤 되었던가? 초창기 정수기는 정수한 물을 담아 놓는 물통의 뚜껑이 밀봉되지 않는 형태여서 종종 정수기 물통 안에 불개미도 떠다니고 그랬었다. 물이 달아서 그런가, 왜 그렇게 불개미들이 정수한 물에 모여드는지 원....

그런데 요즘 쓰는 <청호 나이스 이과수 TINY> 정수기는 정수한 물을 담아 놓는 물통이 실리콘 뚜껑으로 밀봉되어 있길래, 아, 이제 물 마실 때 불개미나 벌레 떠다닐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어랍쇼? 어느 날 물 마시려고 정수기에서 물을 받았더니 물컵 안에 뭔가 불투명한 흰색 막 같은 게 떠다니는 게 보이네?

헐. 이게 뭐지?

이 불투명한 흰색 막의 정체는 뭘까?
 
 

 

평소에는 물컵에 물을 받자마자 확인 안 하고 그냥 마시는데, 이날따라 잠깐 볼일이 있어서 물컵을 내려놨다가 다시 들었을 때 물에 뭔가 둥둥 떠다니는 게 눈에 띄었길래 망정이지, 평소대로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마셨더라면 이 정체모를 이물질을 호로록 마실 뻔했네?!? 뷁!!!

 

 

아니, 근데, 진짜, 이게 뭘까?

처음에는 실수로 컵에 휴지 같은 게 들어간 줄 알았다. 휴지가 물에 젖으면 저런 식으로 보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물컵에 휴지 들어갈 일이 없었는데? 대체 이게 뭐지? 그냥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병에 담아 두고 구글링을 시작했는데, 정수기 이물질을 찾아보니 코크나 물통 주변에 끼어 있는 검은 곰팡이나 미네랄 침전물이라는 하얀 가루 같은 것에 대해서만 나올 뿐, 이 불투명한 막에 대해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별별 검색어를 넣어 찾다가 드디어 이게 뭔지 그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다고도 하는데, 이 불투명한 흰색 막은 미생물들이 모여 세균덩어리로 합쳐진 것으로 "바이오필름(Biofilm(생물막))"이라고 한다. 오, 뭔가 거창한 이름인 것 같지만, 사실 이 바이오필름이라는 것은 다름아닌 "물때"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그릇에 물을 오랫동안 담아 놓으면 그릇 안쪽에 생기는 그 뭔지 모를 미끌미끌한 것 말이다. 우리가 흔히 "물때"라고 말하는 이 미끌미끌한 것은 물 속에 포함되어 있던 미세한 유기물질이 침착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바이오필름은 유량이 적고 유속이 느린 곳(특히 고여 있는 물)에서 쉽게 발생하는데, 그런 곳이 어디냐? 바로 정수된 물이 고여 있는 정수기 저장 탱크나 정수기 물이 흘러 나오는 수관과 코크, 그리고 정수기 본체와 필터 사이가 바로 이러한 곳들이 되는 것이다.

 

Biofilm이란 무엇일까? - 치위협보

2박 3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주방에 들어서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 놓았던 수돗물을 버린후, 그 통 내면을 손으로 만졌을 때, 뭔가 미끌미끌한 감촉이, 물이 차

news.kdha.or.kr

아무래도 정수기에서 이런 바이오필름이 나왔다는 걸 <청호 나이스> 측에 알려야 할 것 같아, 나중에 필터 교환하러 정수기 관리 기사님이 오셨을 때, 병 안에 담아 놓은 바이오필름을 보여 드리면서 정수기에서 이런 게 나왔다고 말씀드렸더니, 별거 아니라고 하시면서 그냥 개수대에 버려 버리셨다. 어어어, 그러시면 안 되는데? 나름 중요한 증거물이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네? 헐. 당황스럽군 그래.

 

 

정수기 관리 기사님 말씀으로는, 정수기 물이 나오는 플라스틱 관, 즉 수관을 관리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 관에서 바이오필름이 나왔을 거라고 하시면서 매우 굵은 수관을 교체해 주셨다. 또 우리 집 같은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서너 달 정도 정기 관리를 미루었었는데, 이 때문에 관리가 늦어져서 이런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음, 그건 아니지 않을까요? 코로나19 때문에 평소보다 관리를 미뤘다고 해도, 그 이전에는 빠짐없이 꼬박꼬박 관리를 받아 왔는데, 그깟 서너 달 미룬 걸로 이렇게 큰 바이오필름이 나온다고요? 그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바이오필름이 생긴 지는 한참 되었을 것 같고, 그렇다면 대체 우리 집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 바이오필름을 통과한 물을 마셔 왔던 걸까나? 어이구야, 지금까지 멀쩡했던 게 다행이구만.

 

 

무엇보다, 앞으로 정수기 물에 이런 바이오필름이 또 다시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정수기 저장 탱크에 있는 물을 하루에 다 마실 가능성은 적으니 정수기 저장 탱크 물은 항상 어느 정도 이상 고여 있을 테고, 정수기 물이 흘러 나오는 수관과 코크 역시 물이 흐를 때보다 물이 흐르고 있지 않을 때가 더 많을 테니 이곳에도 항상 물이 고여 있을 것이다.

정수기 관리 기사님이 정기적으로 오셔서 관리를 해 주시든, 아니면 자가 소독이 가능한 정수기든 간에, 구조 자체상 항상 물이 고여 있을 수밖에 없는 정수기라면, 단순히 필터 교환만 한다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라, 수관을 포함하여 물 저장 탱크까지 수시로 소독해야만 바이오필름 걱정 없는 물을 마실 수 있다는 뜻인데,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싶다.

에휴, 이제는 정수기 물도 끓여 먹어야 하는 건가.... 그럼, 대체 정수기가 왜 필요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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