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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장을 보다가,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마다 하염없이 오르기만 하는 (물론, 조류독감이 사라져도 절대 내리지는 않는) 달걀 값 따위는 내 알 바 아니다 하고 일반 달걀 가격의 두 배가 훌쩍 뛰어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맨날 품절 처리되는 달걀이 눈에 띄었다. 음... 동물 복지 인증 달걀이라고? 그게 뭔데?

동물 복지 인증 달걀이라 함은 우리가 흔히 보는 좁아터진 닭장 속 닭들이 낳은 달걀이 아니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사육한 닭들이 낳은 달걀을 의미한단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자연에 방사해서 키운 닭들이 낳은 달걀이라나 뭐라나....

뭐, 동물 복지 인증 달걀은 좀 더 맛있고 그러려나? 그런데... 이걸 어떻게 구분하지? 다 똑같이 생겼는데? 설마, 가격으로 구분하는 거? 

궁금해서 구글링을 좀 해 봤더니, 그, 왜 있는지 모르겠던 달걀 위 일련번호를 보면 구분이 가능하단다. 이 일련번호는 정부가 2019년부터 시행 중인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도’에 따른 것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맨 앞 네 자리 : 산란일자

2. 가운데 다섯 자리 : 생산자 고유번호로 가축사육업 허가 시 농장별로 부여되는 번호

3. 마지막 한 자리 : 달걀을 낳은 닭의 사육환경번호

마지막 한 자리의 숫자가 낮을수록 닭이 닭장 안팎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인 좋은 환경을 뜻한다. 이 사육환경 번호는 1부터 4까지 존재하는데, 1은 '방사 사육', 2는 '축사 내 평사', 3은 '개선된 케이지', 4는 '기존 케이지' 환경을 나타낸다.

난각번호 1번 :방사 사육

방사 사육이란 들이든 산이든 야외에 닭들은 완전히 풀어 놓고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하는 닭이 아니라 마당이든 산비탈이든 넓은 곳을 제멋대로 뛰어놀던 닭이 낳은 달걀이니만큼 뭔가 영양학적으로 더 좋은 점이 있겠지?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동물 복지 달걀은 일반 달걀은 영양학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한다.

 

동물 복지 인증 달걀은 영양학적 차이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동물 복지나 환경보호를 인증하는 달걀이기 때문이다. 다만, 농약이나 항생제의 영향을 덜 받은 산란계가 낳은 달걀이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난각번호 4번 달걀도 요즘에는 무항생제 산란계가 낳는 경우가 많으니 딱히 큰 차이가 없을 수도?)

 

 

값비싼 유기농달걀 영양가도 좋을까? - 헬스경향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달걀소비량은 268개다. 가격은 저렴한데 맛도 좋고 영양소까지 풍부한 달걀은 완전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화흡수율도 95%가 넘어 단백질, 아미노산,

www.k-health.com

 

그런데 동물 복지를 위한다는 이 방사 사육에 의외로 단점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닭을 풀어놓고 키우다 보니 달걀을 정확하게 회수하기도 어렵고 산란일을 확인하기도 어려워서 품질 관리가 쉽지 않고, 또, 달걀 관련 문제는 아니지만, 자연 방목 시 닭들이 기생충이나 진드기 감염에 취약한 데다 닭의 분변에 의해 토양이나 하천이 오염되는 문제들도 있다고 하니, 이 방사 사육이 닭이 아닌 우리 인간에게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을 듯하다.

난각번호 2번 :축사 내 평사(1㎡당 9마리)

축사 내 평사는 케이지가 아니라 바닥에서 닭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닭장 안에 닭을 넣어 사육하는 게 아니라 땅바닥에서 닭들을 사육하는 것이다.

평사 사육 역시 케이지 사육보다는 동물 복지 측면에서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방사 사육과 동일한 단점들이 존재한다.

난각번호 3번 : 개선된 케이지(1개·11마리)

개선된 철창 닭장은 닭 1마리당 기준 면적을 충족하는 시설에서 닭을 사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육 밀도가 1마리당 0.075제곱미터 이상일 때 해당된다. 옴짝달싹 못하는 기존 케이지보다는 조금 더 낫다고 할까?

난각번호 4번 : 기존 케이지(1개·15마리)

기존 케이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닭장에서 닭을 사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라고 하는데, 대략 케이지 1개에 닭 15마리가 들어간다.

딱 봐도 좁아 터졌는데, 이 배터리 케이지 안에서는 닭 한 마리가 A4 용지 한 장 크기 정도의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알만 낳다 죽는다고 한다.

뭐, 몸에 좋은 식품이 필요한 성장기의 아이들도 아니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소만 섭취하면 되는 성인의 입장에서는 값만 싸면 장땡인지라 늘 난각번호 4번 달걀을 사 먹고는 있지만, 이 포스팅을 정리하면서 난각번호 4번 케이지 상태를 보고 나니, 평생 산란만 하다 세상을 떠난다는 닭들에게 최소한 3번 정도의 케이지 환경은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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