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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을 지은 지 10년이 지났다 싶으면 그때부터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무슨 준비? 아랫집에서 뛰어올라와 "이 집에 누수가 난 것 같아요."라고 외치면 득달같이 누수 전문가를 부를 준비 말이다.

그런데 하물며 지은 지 20년이 지난 빌라에 살고 있다? 그럼, 게임 끝난 거지. 이쯤 되면, 누수 전문가분 曰, "냉온수관하고 난방배관을 새로 까는 게 안전하죠."라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 공사비도 공사비려니와, 공사하는 동안 어디에 가 있으란 말인가? 이런저런 이유로, 주거 중에 배관 교체 공사를 진행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탓에 항상 누수에 대해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편인데, 아니나다를까, 작년 초여름에 우리 집에서 누수가 나는 바람에 아랫집에 누수 피해가 생기고 말았다. 누수 탐지 결과, 보일러실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방에 깔린 온수관 두 군데가 깨지는 바람에 누수가 났단다.

원래 우리 집 바로 아래는 주차장이기 때문에 우리 집 누수로 인해 아랫집에 누수 피해가 생길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누수 전문가분 말에 따르면, 시멘트 사이에 틈이 어떻게 나 있느냐에 따라 물이 흐르고 흘러 바로 아래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집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단다. 집을 대체 어떻게 지어 놓은 거냐고....

그 때문에 우리 집 바로 아래가 아니라 복도 건너편의 아랫집에 누수 피해가 나서 도배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아랫집에 가 보니, 우리 집에서 누수가 난 방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있는 방 천장과 잇닿은 벽면 벽지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아이구, 고의는 아니지만 어쨌든 아랫집 분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니 얼른 공사를 해 드려야 할 텐데, 우리 집은 누수 문제가 터지자마자 공사에 들어간 덕에 누수 자체가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아랫집 도배 공사는 우리 집 누수 공사가 끝났다고 해서 당장 시작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왜냐하면 누수 공사를 하기 전까지 시멘트 사이에 누수되었던 물이 모두 마르기 전에 도배 공사를 했다가는 곧바로 새 도배지에도 곰팡이가 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 누수 공사를 끝마치고 나서 아랫집 천장의 물기가 마른 것이 확인되었을 때, 그러니까 넉넉하게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아랫집 도배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우리 집 누수 탐지 및 누수 공사를 할 때, 여러 누수 전문가들의 블로그를 보다가 그 중에서 괜찮겠다 싶어 선택한 누수 전문가분의 덕을 톡톡히 보았기에, 이번에도 도배 전문가들의 블로그들을 잘 살펴보다가 그 중에서 곰팡이를 완벽하게 처리해 준다는 도배 전문 업체를 골라 연락을 했다.

아랫집 천장이 석고보드로 되어 있는데, 누수 피해가 심각할 때에는 이 석고보드 자체를 교체해 주어야 한다는 것 같아서 석고보드 교체 작업도 가능한지 물었더니, 직접 와서 상태를 본 다음 견적을 내 주겠다고 하길래, 날짜를 정해 아랫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약속한 날짜에 도배 전문가분이 오셔서 견적을 내 주셨는데, 다행히 석고보드까지 교체하지는 않아도 된다 하시는데, 그래도 아랫집 사정은 다를 수 있어서 어떻게 하시겠냐 여쭈었더니 아랫집에서도 석고보드 교체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혹시 임차인 입장이라서 그러신가 싶어서, 임대인에게도 연락을 해봤는데, 임대인 역시 그냥 도배만 해 주면 좋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도배 공사만 하기로 했다.

 

그나마 도배 전문가분이 도배 공사할 때 곰팡이 방지 페인트를 바르고 나서 도배 작업을 해 주겠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원래 도배 공사 시작 전에 거주자가 가구를 옮겨 놓아야 하는데, 아랫집에 기거하시는 분들이 연세가 있으셔서 추가 인건비를 지급하고 도배 공사하시는 분들이 가구도 옮겨 가며 작업을 하시기로 했다.

공사 당일, 도배 전문가분들이 오셔서 곰팡이가 피어 있는 부분의 기존 도배지를 뜯어 내는 일부터 시작하셨다.

 
기존 도배지를 뜯어 내는 모습

그리고 기존 도배지를 뜯어 낸 자리에 곰팡이 방지 페인트를 칠해 주셨는데, 곰팡이 방지를 위한 페인트라 그런지 냄새가 조금 고약하다. (도배 공사가 끝나고 일주일도 채 안 지났을 때 냄새가 안 빠진다면서 아랫집에서 연락을 주셨는데, 도배 전문가분께 여쭤 봤더니 냄새 빠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셨고, 한 달쯤 지나자 더 이상 냄새 관련하여 컴플레인이 오지 않았다.)

곰팡이 방지 페인트를 칠한 상태

도배지를 새로 바르기 위해서는 먼저 초배지를 발라야 한다.

 

초배지를 바른 모습

 

마지막으로 새 도배지로 마무리한 모습. 도배가 막 완료된 상태에서는 도배지가 조금 울어 있는 듯한 모습인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주름이 펴진다고 하셨다.

 

도배가 완료된 상태

 

도배 전문가분들이 오셔서 가구 들어 옮기고, 기존 벽지 뜯어 내고, 곰팡이 방지 페인트 바르고, 초배지 바르고, 새 도배지로 마무리하고, 다시 가구 배치해 주시는 것까지, 오전 9시쯤 오셔서 (점심 시간 제외하고) 오후 4시경까지 한 6~7시간 걸린 것 같다.

공사가 끝난 후 도배 전문가분께 공사비를 지불하고 보험 청구를 위해 [견적서]와 [영수증(거래명세표)]을 받아 두고, 공사 전후 사진들까지 카카오톡으로 받아 놓았다.

공사비용은 [인건비 25만 원 + 보조 인건비 15만 원 + 벽지(합지) 3롤 6만 원 + 곰팡이 제거 비용 5만 원 + 부자재 4만 원 = 총 55만 원]이 들었는데, 인건비가 공사비용의 70%나 되는 걸 보니 확실히 도배 작업은 노동력 집약 작업인 듯....

 

하여튼, 이런 때 공사비용을 받아 낼 수 있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그야말로 생돈이 날아가는 건데, 다행히 <흥국화재> 실손보험 특약 중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을 가입해 놓은 게 있어서 공사 비용을 거의 전액 보험 처리 받을 수 있었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 얼마나 좋은 특약이냐 하면!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을 들어 두면 자기부담금만 공제하고 나머지 비용을 모두 다 보상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나 같은 경우에는 옛날옛적 1세대 실손보험의 특약으로 들어 둔 거라, 공사비용이 얼마가 들든 간에 자기부담금으로 2만 원만 공제된다.

요즘 보험들의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은 대물 피해 사고의 경우 자기부담금 20만 원을 공제하고, 주택 누수는 별도로 50만 원 정도의 자기부담금을 공제한다고 하던데, 와, 50만 원의 자기부담금이라니! 그럼, 공사 비용이 55만원일 경우 50만 원 공제하고 달랑 5만 원만 받을 수 있다는 뜻이잖아? (게다가, 요즘에는 보험 종류에 따라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서 누수 공사를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누수 공사 비용 청구가 너무 많아져서 그런가?)

앞으로 1세대 실손보험료가 계속해서 큰 폭으로 오르기만 할 테니 얼른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라고 신문기사며 보험사에서 수시로 쪼아 대지만, 이렇게 자기부담금 차이만 따져봐도 다른 보험으로 갈아탈래야 갈아탈 수가 없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은 보험 가입자나 그 가족이 타인이나 타인의 재물에 손해를 끼친 경우 보상을 해 주는 보험 특약인데,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만 따로 가입할 수는 없고 대개 다른 보험에 특약으로 추가할 수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서 보상해 주는 대표적인 사고들

- 우리 집 누수로 인해 아랫집에 피해가 생겼을 때

- 우리 집 강아지가 산책 중 행인을 물어 다치게 했을 때

- 우리 집 베란다에서 물건이 떨어져서 사람이나 차량 등에 피해를 입혔을 때

- 자녀가 친구 집에 갔다가 고가의 물건에 손해를 끼쳤을 때

- 전시 물건을 실수로 파손했을 때

-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람이나 재물에 손해를 끼쳤을 때

 

우리 집의 경우와 같이 주택 건물 및 급배수 설비의 노후, 하자, 결함으로 인해 누수가 발생해서 타인의 재물에 수침이나 오염에 해당하는 손해를 끼치게 되면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피해를 입은 아랫집 같은 경우에는 철거비용, 도배, 마루(장판), 누수탐지 비용, 전기, 목공, 타일, 붙박이장, 곰팡이 제거, 청소비용 등 피해 입은 사항에 대해 거의 모두 다 보상해 주지만, 누수가 난 우리 집 공사비는 원칙적으로 보상해 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 집에서 누수가 난 곳을 수리하지 않았을 때 아랫집에 2차, 3차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약관에서 정한 손해방지 의무에 따라 누수가 발생한 원인을 수리하는 공사비에 한해 보상을 해 준다. 즉 누수의 원인을 찾기 위한 누수 탐지 비용, 바닥 철거 비용, 배관 교체 비용까지는 보상해 주지만, 시멘트 미장 마감 비용, 마루 복구 공사 비용, 폐기물 처리 비용과 같은 복구 공사 비용은 손해방지 비용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보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은 우리 집 누수 공사 견적서인데, 여기서 보상 받을 수 있는 비용은 누수 탐사 비용과, 누수 지점 굴착 작업 비용, 그리고 누수 배관 교체 작업 비용뿐이다. 시멘트 미장 작업 비용과 폐기물 처리 비용은 보상 받을 수 없다.

 

어떤 누수업체들의 경우, 복구 공사 비용도 다 보상 받을 수 있도록 처리해 주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누수 공사 비용 자체를 부풀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

내가 가입한 <흥국화재> 실손보험의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 대물 배상 신청을 위한 서류로는 [보험 청구서(가입자)], [개인정보 동의서(가입자)], [피해사실 확인서(피해자)], [피보험자 문답서(가입자)], [선(先)배상 확인서(가입자)] 등이 필요하다. 추가로 [공사 견적서(기술자)], [기술자 의견서(기술자)], [공사 전후 사진] 등도 준비해 놓아야 한다.

모든 서류를 작성해서 보험회사에 제출하면, 손해사정사가 이를 평가하고, 문제가 없다 싶으면 아까 말한 복구 공사 비용과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공사비를 보상해 준다.

아, 공사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할 경우, 내가 공사비용을 선(先) 지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손해사정사에게 컴플레인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계좌이체를 통해 공사비용을 지급하여 그 내역을 함께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2022년 4월 25일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난 2022년 5월 3일에 보상금이 지급되었다. 빠르다, 빨라!

[아랫집 도배 공사 비용 55만 원 + 우리 집 누수 공사 비용 70만 원 = 총 공사 비용 125만 원]이었는데, 그 중 우리 집 복구 공사 비용에 해당하는 [시멘트 미장 작업 7만 원 + 폐기물 처리 경비 3만 원 = 총 10만 원]을 제외한 금액 115만 원에서 자기부담금 2만 원을 공제한 113만 원을 보상 받을 수 있었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 안 들어 뒀으면 125만 원이란 돈이 허공으로 훨훨 날아갔을 텐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 들어 두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보험 드는 게 쓸데없다고 생각되더라도 이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만큼은 들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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