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손가락, 특히 엄지, 검지가 관절마다 아픈 바람에, 이게 무슨 일인가, 벌써 관절염이 생긴 건가? 하고 식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전에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저렸을 때 그 원인이 손목터널증후군 때문이었던 게 생각나서, 혹시나 싶어 해당 증상에 관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 잘못된 키보드를 사용할 경우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가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지 않은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한두 달 전에 키보드를 바꾸고 나서부터 관절이 아파 오기 시작했던 것 같기도 했다. 세상에!
깔끔해 보이는 데다 방수도 된다길래 커피 쏟아도 멀쩡하겠구나 싶어 싼 맛에 구입했다가 손가락 관절이 나갈 뻔한 <inote>사의 <FS-33K Waterproof> 키보드.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만.
키보드 때문에 손가락이 아플 수 있는 이유인즉슨, 키보드를 누르면 자판이 바닥에 닿을 때 손가락에 반발력이 가해지는데, 이 반발력이 크면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가서 문제가 생기게 된단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반발력이 적은 키보드로 바꾸자! 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니, 기계식 키보드가 손가락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네? 기계식 키보드는 중간까지만 눌러도 입력이 되기 때문에 손가락 피로도가 적어서 프로 게이머들이 기계식 키보드를 쓴다나 뭐라나.
그래서 샀다. 기계식 키보드. 이름하여 <Cherry MX Board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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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좀 있는 기계식 키보드는 그야말로 값이 어마어마하길래,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는 저렴한 편인, 보급형이라고 해야 하나, 입문형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독일의 유명한 키보드 스위치 제조사인 <체리 MX> 사에서 만든 <Cherry MX Board 2.0>으로 하나 골라 보았다.
이 제품은 적축 키보드이다.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 알아보니, 적축이니, 갈축이니, 흑축이니,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적축 키보드가 부드러운 타건감과 더불어 빠른 입력으로 게이머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사용된다길래, 적축 키보드를 선택했다.
<Cherry MX Board 2.0>를 처음 받았을 때 요즘 나오는 키보드 상자에 비해 매우 묵직해서 무게감에 살짝 놀랐다.
박스를 열어 보면, 디자인만 봐서는 마치 구식 키보드처럼 보인다. 그 있지 않은가, 처음 데스크탑 PC를 샀을 때 덤으로 딸려오는 그 무식해 보이는 키보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계식 키보드로 바꾸고 나서도 손가락 관절 통증은 여전했다. 한마디로, 기계식 키보드는 관절 통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처럼 손이 작은 사람에게는 키보드를 누를 때의 반발력이 줄고말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키보드 자판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자판을 누르려고 손가락을 드는 것 자체에 힘이 너무 많이 들고, 바로 그때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기껏 손가락 관절 생각해서 나름 비싼 돈 주고 샀더니만 이럴 수가....
어쩔 수 없이 자판 높이가 낮은 키보드를 하나 골라 그것으로 바꾸고 나서야 손가락 통증이 사라졌다. 누가 보면 거짓말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씻은듯이 깨끗하게.
손가락 관절 통증을 시원하게 날려 준 키보드는 다름 아닌 <비프렌드> 사에서 나온 Mac 용 유선 팬터그래프 방식 키보드 <비프렌드 KB460>이었다.
혹시라도 손가락 관절에 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형외과에 가기 전에 자신에게 맞는 키보드를 쓰고 있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아무 생각 없이 정형외과에 갔다가는 난생 처음 듣는 병명으로 충격파 치료를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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