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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없으면 못 사는 카페인 중독자는 아니지만, 자의로 커피를 끊은 게 아니라 속 쓰림 때문에 갑자기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일하다 한숨 돌리고 싶을 때 언제나 즐길 수 있었던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사라졌다는 게 생각보다 꽤 큰 스트레스다.

게다가, 달달한 디저트를 쌉싸레한 커피를 곁들여 마실 수가 없으니 디저트 먹을 기분도 안 난다. 홍차나 녹차를 마시기에는 홍차에도 속 쓰림에 좋지 않은 카페인이 있고, 녹차는, 에휴, 정말로 취향이 아니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도전해 본 결과, 때로는 디카페인 커피가 카페인 커피보다 더 속 쓰림을 유발하기도 했다. 남아 있는 카페인 때문이라나, 디카페인 커피에 들어 있는 무슨 성분 때문이라나. 그렇다면 아예 커피를 대신할 만한 음료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임산부들이 마신다는 커피 대용품 <오르조(ORZO)>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르조>는 일명 "보리커피"라고 ("오르조"가 이탈리아어로 "보리"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보리를 커피 원두처럼 볶은 후 갈아서 에스프레소처럼 내려 먹는 것이기 때문에 디카페인이 아니라 무(無)카페인 커피(?)라서 임산부나 아이, 노인뿐만 아니라 카페인에 취약한 사람들도 마실 수 있는 커피(?)로 알려져 있다. 뭐, 그래 봤자, 실상은 보리 차일뿐이지만....

어쨌거나 홍차나 녹차 같이 아예 다른 차 종류가 아니라 "커피" 대용품이라는 게 중요한 것이므로, 큰 기대를 품고 <쿠팡>에서 <오르조> 커피를 주문했다.

가장 대표적인 <오르조> 생산회사인 <크라스탄> 사의 제품이 아니라 공정무역으로 유명한 <알트로메르카토> 사의 제품으로 구입했는데, 리뷰에 따르면 <크라스탄> 사의 <오르조>보다 <알트로메르카토> 사의 <오르조>가 더 탄 맛이 강하다고 하길래 내 취향에 잘 맞을 것 같았다. 더불어, 가격도 훨씬 더 저렴했다.

 

<오르조>는 알루미늄 씰로 밀봉되어 있었는데, <오르조>를 개봉한 후 처음 드는 생각은 "오, 이거 커피랑 똑같이 생겼다!"였다. 커피 원두를 에스프레소용으로 갈아 놓은 것과 똑같이 생겼는데... 희한하게도 전혀 커피 향이 나지 않았다. 아 참, 이거 커피 원두가 아니라 보리를 갈아 놓은 거였지....

 

<쿠팡> 리뷰들을 보니, 흐리게 탈 경우 그야말로 보리차가 되는 모양이길래, 뜨거운 물 한 잔에 <오르조>를 (티스푼에 넘칠 정도로 가득 담아) 다섯 숟가락 때려 넣었다. 원래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도 에스프레소 투 샷은 기본, 여차하면 샷 추가에 물은 반만 넣어 먹는 (그래서 속 쓰림이 심해진 건가?) 진한 커피 신봉자인지라.... (이탈리아에서는 <오르조>를 <오르조> 전용 모카포트로 추출해서 마신다고도 하는데 알아봤더니 <오르조> 전용 모카포트가 넘 비싸다....)

 
 

​첫 모금은, 음, 역시, 이건 커피가 아니야, 전혀 아니야. 내가 속았구나, 속았어! 뭐, 이런 느낌? 맛만 따져 보면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리뷰에 따르면 탄 맛이 강하다더니 탄 맛은커녕 쓴맛도 나지 않았다. 그냥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아니, <오르조>를 그렇게 많이 넣었는데 무(無)맛이라니!

그런데 한 모금 한 모금 더 마시는 순간, 오호라? 뭔가 커피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읭?

물론, 커피 맛은커녕 커피 향도 전혀 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진짜 커피를 마시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커피를 마시는 듯한 느낌적 느낌이라고 할까?

뭐랄까, 이런 상황이라고 할까? 커피를 무척 마시고 싶은데 하필 집에 원두커피가 똑! 떨어졌고... 그럼, (믹스커피 말고) 인스턴트 커피라도 타 먹어야지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다가 간신히 인스턴트 커피 한 통을 발견했는데... 그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거라 커피 향이고  커피 맛이고 거의 다 날아가 버린... 그래도 꼭 커피를 마셔야만 했기에 그런 인스턴트 커피가루를 한 다섯 숟가락 정도 때려 넣어 탄 그런 커피 맛? 그래서 커피 향도 나지 않고 커피 맛도 나지 않는 까만 물에 불과해 보이지만, 이야, 그래도 아무것도 못 마시는 것보다야 이게 낫지, 커피 시늉만 내도 땡큐다... 싶은 그런 맛?

이렇게까지 구차하게 <오르조> 맛을 실드 쳐 줘야 하나 싶지만, 말 그대로 이런 거라도 마실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으니 실드를 쳐 줄 수밖에....

 

그래도 홍차나 녹차 같이 찻잎을 물에 불려 먹는 다른 티들이 선사해 주지 못하는 밀도감? 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동일한 물 한 잔에 담길 수 있는 수용성 물질의 양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서 그런가, 다른 티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직 <오르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묵직한 맛이 있다. 비록 커피의 향과 맛은 없어도 그 묵직한 목 넘김이 커피 마실 때 기분을 살려 준다고 할까?

원래 생수도 가벼운 맛의 연수보다는 무거운 맛의 경수를 좋아하는데 <오르조>를 듬뿍 때려 넣은 보리커피의 묵직한 목넘김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다. 특히 달달한 디저트에 곁들이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단맛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기분전환용으로 곧잘 간식을 먹곤 하는데, 그때 간식의 단맛을 사뿐히 눌러 주는 <오르조>의 묵직한 맛이 홍차나 녹차 따위와는 비교 불가다.

단, 이 정도로 묵직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물 한 잔에 <오르조>를 티스푼으로 (넘칠 정도로 한 가득 담아) 세 숟가락~다섯 숟가락 정도 넣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마치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렸을 때처럼 크레마 비스무레한 것도 생긴다. 거 참, 신기하네.

 
 

커피 향이나 맛을 대체할 수 있는 커피 대용품으로 <오르조>를 생각했다면 좀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물은 아니고, 티도 아니고, 달달한 디저트를 눌러 줄 수 있는 묵직한 목넘김을 기대한다면 <오르조>가 나름 괜찮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디카페인도 아니고 무(無)카페인이라던 <오르조>였건만, 나처럼 진하게 타서 빈속에 마시면 속이 따끔거린다. 너무 진하게 타면 위를 자극할 수도 있는 모양이니, 웬만하면 너무 진하게 타서 자주 마시지는 말 것!

 

ps. <오르조> 커피는 보리가 주 재료인 만큼 보리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부작용은 아직까지 딱히 발견된 바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고 하니 적당량을 섭취해야 할 것 같다. (현재까지 <오르조>를 마셔 본 바에 따르면, 너무 진하게 타서 빈 속에 마시면 속이 쓰릴 수 있고, 진하게 타서 너무 자주 마시면 배탈이 날 수 있다. 아무래도 장운동에 너무 심하게 도움이 되는 듯....)

1. 혈당 조절

보리는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억제하여 농도를 정상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2. 항염증 효과

보리는 체액을 보충하는 칼륨과 인을 포함한 미네랄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대사에 필수적이며 혈액순환을 돕는 역할을 하며 피부 건강을 개선하는 비타민 B, E 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면역력이 높아지고 염증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3. 소화 보조 및 장 건강에 도움

보리는 수용성 식이섬유의 베타글루칸이 풍부하여 탄수화물의 흡수를 늦추고 소화를 잘 되게 해주고 장운동을 개선하여 복부의 팽만감과 변비를 완화해 준다.

4. 저칼로리

<오르조> 커피는 저칼로리 음료이므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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