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니 옆 첫째 작은 어금니의 윗부분이 파여서 이가 시리다는 느낌이 들게 된 지도 어언 십수 년째. 처음에는 조그맣게 파여 있더니, 점점 더 파인 자국이 커지는가 싶다가 요즘 들어 부쩍 시린 느낌이 강해졌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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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슬슬 통증까지 느껴지는 것 같길래 아무래도 치과 진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가 시린 이유 : 치경부마모증
여러 가지 이유로 이가 시릴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치아의 머리 부분을 감싸고 있는 법랑질이 끝나는 부분(치경부)가 닳아서 파인 경우에 해당하는, 이름하여 치경부마모증 때문이었다. 정상적으로 치아를 감싸고 보호해야 할 조직학적인 구조인 법랑질이 닳아 없어지는 바람에 차가운 자극이 바로바로 치아 내부의 신경 조직을 자극하게 되어 시린 증상이 발생하게 될 때 치경부마모증이라고 한다.
신경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치과 진료는 별로 겁내 하는 편이 아니라서, 원래는 한 3~4년 전에 치료를 받으려고 했었는데, 하필 그 무렵 그 몹쓸 역병이 퍼지는 바람에 치과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미루고 또 미루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그나마 그동안은 <시린메드>라는 시린 이 전용 치약을 써서 근근히 버텨 왔는데, 이 <시린메드> 치약 효과가 한마디로 끝내 준다. 아마 <시린메드> 치약이 없었더라면 제아무리 역병이 퍼졌거나 말거나 바로 치과에 가야 했을 텐데, <시린메드>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고 나면 웬만큼 시린 증상은 다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 <부광약품>의 <시린메드> 치약, 시린 이에 정말 좋다! (미쿡 제품이라는 <센소다인>도 써 봤지만, <시린메드>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는 보지 못했다.)
하여튼, 더 이상 미뤘다가는 신경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몇몇 치아에 세로로 미세한 실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게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별 문제가 없는 건지 당췌 알 수가 없으니 치과의사 쌤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수유역 근처 과잉 진료 안 한다는 치과... 과연?
그나저나 치과에 가기로 맘은 먹었지만 하도 치과 과잉 진료에 대해 말이 많은 터라, 과잉 진료를 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자연 치아를 최대한 살려 주는 치과를 찾아 인터넷과 병원 후기 앱을 샅샅이 뒤지다가 수유역에 있는 한 치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여러 리뷰에 따르면 해당 치과는 과잉 진료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 치과로, 자연 치아를 최대한 살려 주는 치과라고들 하는데, 직접 방문해 보니 큰 병원은 아니었지만 의사 쌤이 한 명 있는 곳 치고는 꽤 넓은 편이었고, 매우 깨끗하고, 분위기가 치과답지 않게 따뜻하고 편안했다.
초진이었기 때문에 진료 받고 싶은 항목에 체크를 하고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찍은 다음 치아 검진을 받았다.
가장 먼저, 오늘 치과를 방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인 치경부마모증에 대해 물어봤더니, 칫솔질을 세게 해서 치아가 파이는 경우와 치아끼리 부딪혀서 치아가 깎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넓고 완만하게 파이면 칫솔질이 원인이고, 나처럼 직각 모양으로 파여 있으면 굴곡파절이나 씹는 힘이 원인이라는데, 음... 내가 음식을 그렇게 꼭꼭 씹었었나? 아니면 아랫니에 크라운을 씌운 게 있는데, 그거랑 부딪혀서 파인 건가?
몇몇 치아에 보이는 세로 실금에 대해서는, 의사 쌤 曰, 거의 모든 치아에 실금이 있지만 지금 당장 치료해야 할 정도는 아니며, 그냥 둔다고 해도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나중에 큰 치료를 받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단다. 아니, 그런데 무슨 습관 말씀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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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쌤 말씀에 따르면, 치경부마모증이나 치아 세로 실금 모두 단단한 걸 깨물어 먹는 습관이 있어서 생긴 것이라는데, 읭?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좀 의아했다. 왜냐하면 이가 남보다 약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그러니까 대략 십수년 전부터) 얼음이나 깎두기 같이 딱딱하거나 단단한 것들을 안 먹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혹은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어도 세로 실금이 생길 수 있다는데, 음, 차라리 이게 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혼자서 재택 근무를 하기 때문에 입을 열어 누군가와 말하는 일도 드문 데다,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를 악물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또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데, 겨울에 잠자리가 좀 추웠다 싶으면 아침에 일어날 때 밤새 이를 악물었던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를 악무는 습관으로 인해 지금 당장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그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자연 치아의 사용 기간이 짧아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똑바로 나 있긴 한데 1/4 정도가 살에 덮여 있는 사랑니가 있는데 이걸 지금 빼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그것 역시 지금 당장 안 빼도 큰 문제는 없으니 나중에 빼고 싶으면 와서 빼란다.
아니, 대체 왜 뭔가 치료 받아야 하냐고 물을라치면 죄다 지금 당장은 심각하지 않으니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답하는 거냐고요....
잔뜩 치료 받을 각오로 왔는데 아무 치료도 안 받아도 된다는 말에 내심 반가웠지만, 아, 이게 아니지, 참다참다 이가 시려서 치과에 왔으니 적어도 치경부마모증은 치료해 주십시오! 했더니, 그럼 온 김에 그것만 치료합시다! 해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의사 쌤이 대뜸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8천 원 정도짜리 저렴한 재료로 파인 곳을 메꿔 줬는데,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나중에 이 충전 재료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유인즉슨 이렇게 메꿔 놓는 것 자체가 치아에 힘이 가해졌을 때 치아 대신 메꿔 놓은 재료가 대신 힘을 받게 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메꿔 놓은 게 떨어져도 놀라지 말고 병원에 오란다. 떨어질 때마다 새로 메꾸면 된다고. 호오,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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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후의 치아
데스크에 계시던 간호사 쌤이 오늘 진료 결과에 따라 6개월에 한 번씩 내원해서 검진을 해야 치아를 잘 관리할 수 있다고 꼭 오라고 신신당부하길래 알았다고 답하고 나왔다. 거, 의사 쌤도 그렇고 간호사 쌤들도 그렇고 무척 친절들하시네.
총 진료비용은 27,600원.
치경부마모증 치료 재료 : 레진 vs GI
치경부마모증 치료 중에 재료 이름을 제대로 못 들었기 때문에, 집에 돌아온 다음 무슨 재료를 사용한 걸까 찾아보니, 레진이 아니라 GI(지아이, 글래스아이오노머)라는 재료로 치료한 것 같았다.
레진은 비급여이기 때문에 치아 1개당 5~8만 원 정도 비용이 드는 반면, GI는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치아 1개당 1~3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GI보다는 레진이 더 고급 재료이고, 또 GI보다 레진이 색감, 접착력, 강도 면에서 더 낫다고들 하는데, 그럼, GI가 레진보다 나은 점은 하나도 없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일단, GI의 가격이 레진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GI 수복 과정이 레진보다 더 간단하고, 또 GI에는 불소 성분이 들어 있어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덕분에 GI 치료 시에는 치아 표면 삭제? 같은 것 없이 그냥 바로 충전을 하는 반면, 레진 치료 시에는 접착성을 위해 치아 표면을 좀 갈아 내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레진 치료를 위해서는 자연 치아의 손상을 조금 감수해야 한다고 할까? 오, 이런 면에서는 GI가 훨씬 더 나은데?
게다가, 치료 받은 부분의 색깔이 원래 치아 색보다 좀 밝아 보이긴 하지만, 뭐, 눈에 잘 띄는 치아도 아니고 그렇게 튀어 보이지도 않으니 OK.
재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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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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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지아이, 글래스아이오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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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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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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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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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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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5~8만 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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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7천 원~3만 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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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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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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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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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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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색상
- 심미성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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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아이보리색 한 가지
- 심미성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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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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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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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할 개수가 많을 때
- 잘 안 보이는 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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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든 레진이든 언젠가 떨어지는 건 주지의 사실한데, 어차피 떨어질 거 비싼 걸로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치과 의사 쌤 글을 보니, GI가 좀 더 일찍 떨어져서 자주 교체하게 되더라도 레진 치료 비용과 비교하면 결국 GI 치료 비용이 더 저렴하단다. 좋아! 그렇다면 GI로 충분하지! 아말감으로 치료한 이도 아직 멀쩡한데,뭐!
그런데 치경부마모증 치료를 받고 나서도 계속 시린 느낌이 들었다. 치료를 받기 전처럼 확! 시린 느낌은 아니지만, 뭐랄까, 은근하게 시린 느낌적 느낌이라고 할까?
검색해 보니, 이렇게 치경부마모증 치료를 할 경우 과민증이라는게 생길 수 있다는데, 짧게는 며칠에서 2주 정도, 길게는 2~3달까지 이가 시릴 수 있단다. 그 이후로도 계속 시리면 다시 재치료를 하기도 한다나? 특히 레진 치료의 경우 치료 후 시림 증상이 잦다는데, 레진 속 무슨무슨 성분에 의해 자극이 있을 수도 있고, 접착이 실패할 수도 있으며, 그 외 다양한 원인에 의해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단다. 그나마 GI라는 재료가 불소를 함유하고 있어서 시술 후 과민증이 적은 편이라는데, 흐음, 스케일링까지 받은 상태니까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듯.
ps. 앞으로 혹시 생길지 모를 치경부 마모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지켜야 한단다.
1. 양치질은 잇몸에서 씹는면으로 시행하는 회전법을 기본으로 한다. 절대 옆으로 닦으로 안 된다.
2. 30대 이상부터는 칫솔모는 미세모 또는 초미세모를 사용한다.
3. 연마제가 덜 함유되어 있는 시린이 전용 치약을 사용한다.
4. 정기적으로 불소를 도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악무는 습관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그리고 치아에 생긴 세로 실금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를 악무는 습관에 대해 알아보다가, 무엇보다 먼저,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거울로 볼 안쪽을 확인해 봤을 때 하얀색 치아 자국이 나 있거나, 거울로 혀 옆면 및 바깥쪽을 살펴봤을 때 물결무늬 같은 치아 자국이 있거나, 치아 끝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마모되어서 맨들맨들하다면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다는 뜻이란다. (집에 와서 거울로 확인해 보니, 볼 안쪽에도 치아 자국이 있고, 끝이 맨들맨들한 치아가 꽤 있는 걸로 봐서, 확실히 나에게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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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체 이를 악무는 습관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먼저, 스트레스를 완화해야 한다나? 스트레스가 이를 악무는 습관의 주요 원인이라나? 하긴, 내가 작업할 때 이 악무는 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안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는데, 첫 번째 운동법은 ‘신장반사 이완법’으로, 입을 70% 정도 벌리고 10~20초 정도 유지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개구근 강화훈련법’으로, 입을 1~2cm 정도 벌린 상태에서 손가락을 턱 아래에 대고, 손가락을 위쪽으로 올리는 힘을 버티며 벌어진 상태를 유지하는 운동법이라고 한다. 그 외에 혀를 입천장 앞쪽에 댄 후 유지하는 운동 등도 도움이 된다는데, 이갈이 방지용 마우스피스를 사용하거나 보툴리눔 독소를 주사할 생각은 1도 없으니, 앞으로 안면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야겠다.
치과를 여러 군데 가 봐야 하는 이유!
그런데 레진보다 GI가 더 잘 떨어진다고 하더니, 치료 받고 열흘쯤 지났을 때 치경부에 덧붙였던 GI가 떨어져 나갔다. 이렇게 빨리 떨어지는 게 정상인가? 싶어 치과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너무 일찍 떨어졌다면서 와서 재치료를 받으란다. 어쩔 수 없이 치과에 방문해서 GI로 재치료를 받았는데, 치료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런가? 진료비를 추가로 받지는 않았다. 뭐,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며칠 후 문제가 생겼다. 어머니 잇몸에 염증이 생겼는데, 치과 과잉 진료를 걱정하셔서 그런지 치과 진료 안 받으시겠다는 걸, 이 수유역 치과는 절대 과잉 진료 안 하는 치과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설득한 끝에 간신히 진료를 받으시게 할 수 있었다.
진료 결과, 집에서 코로나 때 처방 받았던 소염진통제를 복용한 덕분인지 잇몸 염증이 그리 심하지는 않다며,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처방해 주면서, 스트레이트로 다 복용하지 말고 아플 때마다 복용하라고 하길래 (잇몸치료를 각오하고 갔었는데 약만 처방해 주길래), 그때는 뭣도 모르고 과잉 진료 안 하는 좋은 치과다! 하고 어머니와 함께 좋아했더니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어머니께서 또 이가 시큰거린다면서 잇몸 염증 약을 드시겠다는데, 약을 찾아 드리다가 살펴보니 어머니 턱 아랫부분이 부어 있는 게 보였다. 아이구야, 이건 또 뭐지? 하고 인터넷에서 해당 상황을 검색해 봤더니, 아무래도 치아 뿌리에 염증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인 것 같았다. 치아 뿌리에 염증이 생겼다면 약만 먹어서 가라앉힐 수 없고, 최종적으로는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길래 다시 수유역에 있는 치과에 모시고 갔다.
그런데 이 치과의사 쌤 曰, "근육통입니다."라네?
네? 뭐라고요? 근육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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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더라, 틀니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틀니가 잇몸에 부딪혀서 생기는 붓기와 그로 인한 근육통이니 진통소염제를 먹으면 된다나? 아, 정말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다시 처방약을 받아서 이틀 정도 복용했는데, 여전히 나을 기미가 안 보인다. 3일쯤 되니 이번에는 단순히 부어 있기만 한 게 아니라 색깔도 좀 벌겋게 변해 있었다. 아, 이거 근육통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치아 뿌리에 염증이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수유역 치과를 방문했다. 이때부터 좀 쎄했다고 할까.... 사흘 전에 진료를 받았는데 왜 또 같은 증상을 가지고 진료 받으러 왔느냐는, 뭔가 귀찮아하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내가 "근육통이라고 하기에는 턱이 밖으로 이렇게 부어 있고 또 벌겋게 변했는데요. 정말 치과적인 증상은 아닌 건가요?"라고 물었더니, "치과에는 이런 증상이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박 시전! 그러면서 자기는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대학병원의 구강내과에 가라면서 전원서를 써 줬다. 세상에나.... 대학병원 구강내과에 가야 한다고?
이때부터 좀 어이가 없긴 했지만, 의사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대학병원 가라는데, 뭐, 별 수 있나, 일단 전원서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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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게 구강내과 갈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수유역에 있는 다른 치과에 가 볼 요량으로, 서울대 출신 치과의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매우 큰 치과가 있길래 들어가 봤는데, 아이구야,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어머니 체력으로는 기다리기 힘드실 것 같아서 대학병원을 가도 다음 날 가자는 맘으로 일단 집으로 향했다.
Thanks to <행복담은샘치과의원>!
택시 타고 집에 다 와 가는 길에, 기왕지사 집을 나선 김에 한 번만 더 다른 치과에 가 보자고 고집을 부려 봤다. 멀리 있는 치과였다면 말도 못 꺼냈겠지만, 다행히 집 근처에 (아무래도 수유역에 있는 치과가 못 미더워서 다시 괜찮은 치과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과잉 진료 안 하고 친절하기로 소문난 치과가 한 군데 있었기 때문에 말을 꺼낼 수 있었다. 바로 가오리역 근처에 있는 <행복담은샘치과의원>!
행복담은샘치과의원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양로 421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행복담은샘치과의원>에 들어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 쌤 曰, "치아 뿌리에 염증이 생겨서 신경치료를 해야 합니다."라는 게 아닌가!
그래!!! 그런 것 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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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엑스레이 한 장만 찍으면 바로 알 수 있는 증상인데, 왜 그 수유역 치과의사 쌤은 엑스레이는 찍을 생각도 안 하고 무슨 근육통이니, 치과랑 관계없는 증상이니, 대학병원 구강내과를 가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던 거람!!!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지만, 뭐, 그 말도 안 되는 진단 덕분에 매번 택시 타고 멀리 수유역으로 치료 받으러 갈 필요 없이 동네에서 신경치료를 받게 되었으니, 그걸로 땡큐다! 생각하기로 했다.
어금니가 아니라 뿌리가 하나인 송곳니의 신경 치료였기에 신경치료 3회(1주 1회)에, 소독약 치료 1회(2주 1회), 그리고 레진 치료 1회(2주 1회)까지 합해, 총 5회에 걸쳐 나름 수월하게 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첫 번째 날 신경치료를 받자마자 턱의 붓기가 가라앉고 피부 색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천만다행. 5회에 걸쳐 치료가 완전히 마무리되고 나니 턱 모양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통증도 사라졌다. 어우, 이렇게 속시원할 수가!
신경 치료라는 게 잘해 봤자 본전이라던가? 치과의사들에게는 나름 어려운 술기라서 자신 없는 치과의사들은 잘 안 해 준다던가? 게다가, 임플란트가 생겨난 이후로 치과의사 쌤들이 웬만하면 신경 치료 안 하고 상한 치아를 발치하자고 한다는데, 역시 과잉 진료 안 하기로 이름난 치과답게 임플란트 대신 신경 치료를 하자고 해 줘서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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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먼저 방문했던 수유역 치과는 과잉 진료를 안 하는 치과라기보다는 방어 진료를 하는 치과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꼭! 치료를 해야 될 것 같지 않으면 치료를 피하려 드는? 뭐, 그런 치과?
뭐, 과잉 진료를 안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긴 한데, 진단을 잘못 내렸다는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엑스레이 한 장 찍으면 단박에 알 수 있는 걸, 얼토당토 않은 진단을 내리질 않나, 치과 증상과는 무관하니 대학병원에 가 보라질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인터넷이나 병원앱 리뷰만 보고 해당 치과를 과잉진료 안 하는 치과로 알고 방문할 텐데, 음... 부디 다른 환자들에게는 이런 실수 안 하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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